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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강사/어쩔 수 없이 생기는 고충

생겼다 증발했다를 반복하는 인류애

애진작에 별로 사람에게 관심이 없지만

학원에서 일하다보면 인류애라는 것이 생기다가도 사라지고 사라지다가도 생긴다.

이건 직접 면대면으로 일하는 모든 서비스직과 특히 C/S부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공감할 것 같다.

하지만 학원은 나이대가 어린 학생들과 함께 지낸다는 점에서 조금 특이하다.

성인이 정말 어이없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응 그렇게 살다가 사라져 하고 말면 되지만

학생들은 아직 '몰라서' 그런걸 수도 있다. 부모님이 바쁘셔서 가정교육이 안 이루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식이라는 범주가 있다. 

아무리 집에서 관심이 없다 해도 학교에서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다른 친구들과 한 반에서 지내는 사회화 과정을 겪는 와중에도 다른 친구들이 힐끗힐끗 쳐다볼만한 다른, 혹은 잘못된 행동을 하는 상식을 벗어난 경우가 있다. 특히 고등학생쯤 되는 레벨이 되었는데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더욱 벗어나게 된다.

결국 궁극적인 목표만 따지자면 학원은 '실력향상'이 목표기 때문에

선생님 입장에선 저런 부분까지 케어해 줄 필요가 없고 해줄 수 없다. 

하지만 점점 수업에 영향을 미친다면 다른학생들의 원활한 수업을 위해 컨트롤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부분은 부모님께 알려야 한다. 그리고 전화를 하기전엔 마음의 준비를 한다. 

대개 그런 전화를 받는 부모님들은 우리 이쁜 금쪽이가요? 라며 호주 오페라하우스에 가져갔으면 좋았을 풍성한 데시벨로 독백을 시전하다 뚝 끊으며 장렬히 전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1시간여 후에 오는 '제가 잠시 흥분했던 것 같다 죄송하다'라는 문자들.

도와주려고 손을 내밀었다가 뺨을 맞고 앉아있는데 잠시후에 와서 뺨에 연고를 발라주면 기분이 어떠한가?

그 사람에게는 더 이상 전과 같은 애정은 생기지 않을것이다. 

이런 일이 수업 도중이나 출근 전 밥을 딱 먹으려는 찰나, 한가로운 주말 오후에 생긴다면

정말 남아있던 미지의 인류애까지 모두 바사삭 증발해버린다. 

그래서 0의 인류애를 가지고 수업에 임하다가도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아이들과의 사이에서 생기는 재미있는 일이나 여러 경험들로 다시 그 0은 1이되고 2가되고 3이되고 를 또 반복한다.

어쩔 수 없는 딜레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