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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영어공부 팁

영어기초 없는 중학생이 학원 고르는 법



이 학생은 가 4월부터 맡았던 아이이다. 두 달 뒤면 1년을 함께하게 되는데 그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내가 처음 이 아이를 마주하게 된건 격동의 4월 내신대비때 였는데, 중2 임에도 불구하고 놀랄 정도로 기초가 없던 상황이어서 급한대로 교과서 본문을 달달 외워야 했다. 하지만 단어를 외워오지 않고 숙제를 매일 해오지 않는 모습을 보니 점수가 낮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중학교 시험은 고등학교처럼 범위도 넓지 않고 문제 난이도도 상대적으로 낮아서 조금만 노력해도 50이상은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아이는 30언저리의 점수를 받았다. 중학생이 50점 이상을 맞는게 아무리 쉽다고 해도 그것도 자신이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지 선생이 옆에서 아무리 귀가 아프게 떠들어 봤자 하등의 소용도 없는 것이다.


이 아이는 칭찬을 먹고 자라는 스타일이다. 칭찬에 별로 무덤덤한 아이도 있지만 반대로 씨익 웃으면서 그 뒤로 신이나서 자기가 나서서 먼저 공부를 하는 스타일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 중 후자의 케이스였는데, 이런 아이들은 흥미를 잃게 되는 주기가 빠른 편이며 중간중간 슬럼프가 왔었다. 특히 한창 예민할 사춘기 시기에 여자친구와 헤어졌던 시기는 수업도 몇 번 빠지고 막상 와도 뭐 그냥.. 턱괴고 책상에 엎드려서 연필만 끄적끄적 거리며 가방만 들고 왔다갔다 하는 상황이었다. 한 두 번은 넘어갔지만 그 상황이 계속되는 걸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스파르타로 갔다. 수업시간 내내 문법과 독해지문으로 휘몰아치며 정신없게 수업내용을 쏟아부었다. 물론 숙제도 (그 학생 기준에서) 많이 내주었고 방학때는 수업시간 2시간전에 와서 미리 자습을 하도록 따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처음에만 반짝 하고 그 뒤로는 하기는 하지만 흥미를 느끼진 않아 보였다. 그래서 방법을 바꾸었다. 수업을 그 전처럼 휘몰아치지 않고 약간은 중간중간 수업 외적인 얘기도 섞어가며 그 뒤로는 실수한 부분은 언급하지 않고 잘한 부분을 그저 담백하게 칭찬해주었다. 가끔은 일부러 노트에 지문 분석 및 해석숙제를 내준 뒤 코멘트를 길게 달아주기도 했다. 제자리인 것 같지만 지금 잘 하고 있고 걱정하지 말고 가자는 내용이었다. 


그 뒤로 아이의 눈빛이 달라지는게 느껴졌다. 학생과 선생님이 과외던, 학원이던, 공부방이던간에 심지어 인강까지도 사람대 사람으로 만나 같이 공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뭔가 유대가 생기면 그 뒤로 뭔가 가까워진 듯 달라지는 느낌이 있게 마련이다. 그 느낌이 오고 난 뒤에 아이는 스스로 필기를 열심히 했고, 수업시간에도 반에서 대답을 가장 잘 하는 학생이 되었다. 아무것도 몰라 나를 놀라게 만들었던 그 때에 비교하면 지금은 주어,동사를 구분해 표시할 줄 알고 전명구와 부사까지 골라낼 수 있으니 그 동안 성장을 많이 했기도 하다.


이렇게 아예 기초가 없는 학생이 영어를 배우려고 하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릴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것이 좋다. 일부는 무조건 빨리빨리 진도를 빼서 책을 두 권을 뗐네, 세 권을 뗐네 권수로 들이밀고 중2인데 고1꺼 한다더라며 조급함을 심어 학생의 난이도에 맞지 않게 조장을 하는 학원들이 있다. 그런 곳들은 지양해야 한다. 또, 무조건 한 반에 많이 집어넣어서 여러 반을 돌리는 곳보다는 소수정예로 꼼꼼히 봐줄 수 있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기초가 부족한 학생일 수록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파악해서 그 부분을 하나씩 쌓아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여건상 아이들의 해석지를 모두 걷어 채점할 여력은 되지 않지만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매일 퇴근 후 채점할 거리를 모아서 들고와 새벽까지 채점하고 자곤 한다.  


결론: 아이의 스타일과 학습상태에 맞게 기초를 꼼꼼히 쌓아올려줄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