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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내가 경험해 본 일

새 화분식구들 - 몬스테라, 율마, 여인초, 떡갈나무, 문샤인

퇴사하고나서 집에만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요즘은 또 코로나 바이러스때문에 완전히 일주일내내 집콕해있는 상황에서 유주나무와 새싹3인방을 키우다보니 단조로웠다. 그리고 마이나스의 손인 내가 내가 키우는데도 쑥쑥 자라는 애들을 보니 왠지 다른 식물이 있어도 더 잘 기를 수 있을 것 같은 위험한 근자감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원래는 몇 달 뒤에 이사갈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그게 확정되면 그 때 이사 가서 거기서 키우던지 하려고 했는데 못 참았다. 역시 나는 사고싶은건 사고 봐야하는 성격같다.(?) 그래서 참고있던 도중, 자려고 누웠다가 심심해서 인터넷에 접속했는데 충동구매로 무려 5개의 식물을 들였다. 생물이다보니 후기가 가장 괜찮은 쇼핑몰에서 주문하게됐다. 이름은 '#갑조네' 였다. 

 

인터넷으로 식물을 사본건 처음이었다. 그래서 반신반의했다. 잘 올까? 택배상자는 그렇게 집어 던진다던데 얘네가 무사히 올까. 만약 무사히 온다 쳐도 애초에 거기서 보낸게 비실비실하면 소용이 없지 않을까? 제대로 보냈겠지?

보호못받았어요! 깔렸어요! 아직 식물입니다!

택배가 왔다는 소리에 문을 열어 확인한 박스는 충격적이었다. 찌그러졌어...? 새끼때부터 쭉 키우려고 일부러 가장 작은 소형 화분을 샀는데 이렇게 충격을 많이 받았다면 많이 망가졌을 것 같아 열기가 좀 두려웠다. 그래도 뭐 키우다보면 안정을 찾겠지. 아님 반품하고. 라는 생각에 열어봤다.

 

신문지로 돌돌, 뽁뽁이로 돌돌 싸여진 식물들은 다행히 괜찮아보였다. 여인초 맨 위 잎의 끝이 갈라진것 빼고는. 원래 그랬는지 배송중에 그랬는진 모르겠는데 뭐 죽은것도 아니고 그냥 키우기로 했다.

 

상태는 다들 괜찮아보였고 꺼내서 떼샷을 찍고 싶었지만 새 식구를 격렬하게 환영하는 고영희들 때문에 밖에는 못 꺼내놓고 다시 상자행. 식물 주문할 때 같이 주문했던 이태리토분도 마침 도착해서 다음 날 엄마찬스로 엄마가 일하는 가게에 분갈이를 하러갔다. 여기까지 읽은 분들은 아 어머니가 꽃가게하시나..? 할 텐데 미용실임.(갑분싸)

 

 

모종 5개와 화분5개, 그리고 원래 키우던 녹보수 하나까지 총 6개의 화분을 분갈이하기로 했다. 녹보수는 내가 배양토를 덮어줬더니 통풍이 안돼서 곰팡이가 슬고 진딧물이 껴서 징그럽다고 소리소리를 지르다가 급하게 분갈이를 하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쓰러질까봐 내가 다리로 잡고 가려고 했는데 그냥 트렁크에 실으면 된다고 해서 싣고갔다. 차로 30분 이동했는데 도착해서 꺼내보니 멀쩡했다.

 

그렇게 분갈이를 마친 애기들. 돌,흙으로 난장판이어서 과정이 담긴 사진은 차마 공개할 수가 없지만 아빠가 산 밑에서 직접 퍼온 부드러운 흙과 마사토, 마트에서 산 배양토, 비료 알갱이를 적절하게 섞어 분갈이를 마쳤다. 다들 뿌리가 싱싱하고 잔뿌리도 많았다. 문샤인은 보니까 3묶음이 들어있어서 엄마 2개 주고 난 하나만 가져왔다. 산에 있던 흙과 돌을 담고 비료도 줘서 그런지 분갈이 이후 몸살을 앓는 모종은 하나도 없었고 오히려 더 튼튼해지고 줄기도 단단해졌다. 

 

왼쪽부터 몬스테라, 문샤인, 율마, 떡갈나무

새로 산 토분에 담은 모습들이 생각보다 더 너무 잘어울려서 자아도취했다. 크으으 역시 화분은 토분이야 이러면서ㅋㅋㅋ 크면 더 이뻐질 것 같다고!!! 원래 인스타 갬성으로 테라코타나 시멘트 화분을 살까 했는데 다들 평도 그저 그렇고 이제 너무 흔하기도 하고 물주러 왔다갔다할 때 너무 무겁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맘에 드는 디자인도 없어서 고민하던 찰나, 이 토분을 봤는데 '아 이거다..'라는 삘에 마구마구 담아벌임. 일주일 써보니 물 마르는 것도 눈에 보이고(화분도 물을 같이 흡수해서 색이 조금 진해졌다가 천천히 말라서 원래 색으로 돌아옴) 통풍이 잘 된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이 이태리토분을 쓰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던 것...

 

그래서인지 일주일만에 몬스테라도 저렇게 새 잎이 쫙쫙 펴졌다. 성장속도가 굉장한 아이라더니 가히 그 속도가 막판스퍼트 이상화 급. 돌돌 말렸던 잎이 펴지는 것도 한 이틀만에 저렇게 많이 펴진거다. 찢어진 잎, 일명 '찢잎'은 키우다보면 나온다는데 뭐 알아서 나오겠지 머 너 나오고 싶을 때 나와라

 

참고로, 이렇게 몬스테라 잎가에 물방울이 또록 또록 맺혀있는데 식물이 알아서 수분조절을 위해서 물을 내보내는 현상이라고 한다. 충.격.그.자.체. 분갈이 한 다음날 아침에 보니 이파리에 물방울이 있길래, 뭐지? 위에서 떨어졌나? 하고 천장 한 번 봤다가 고양이들이 물 마시고 튀겼나?(바로 옆에 물그릇있음) 아니면 남편이 나 자는사이에 물을 줬나? 아니 그럴리가 절대 없는데.. 하면서 잎을 스윽 닦아주고 갔는데 조금 있다가 다시보니 또 맺혀있어!??? 깜짝 놀라서 또 소리지르면서 검색해보니 #일액현상 이라고 한다. 잎이 넓은 애들은 지가 알아서 수분조절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나처럼 천장 쳐다본 사람도 꽤 있어서 낄낄대고 웃었음ㅋㅋㅋ 

 

그리고 남은 여인초. 극락조라고 하기도 하는데 음.. 나의 희망사항이긴 하지만 내 키를 넘을때까지 키우는게 나의 목표다. 뭐랄까 한 170~180cm처럼 보이는 여인초들이 화분에 담겨있는 집이나 카페사진을 보면 이쁘다기보다 뭔가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생긴것도 뭔가 상당히 안정적.

 

항상 침실에 두고싶었어서 침대에서 보이는 곳에 화분을 뒀다. 하임이(막내 고양이)가 삘받아서 3단 구르기와 동시에 점프를 하며 우다다다 뛰어다니다가 몇 번 쓰러질 뻔 한 적이 있지만 아직까진 없어서 다행이다. 만약 쓰러진다 해도 뭐.. 다시 흙 담으면 됨...(해탈) 줄기 생긴 모양새가 그 사이에서 싹이 나오는 것 같은데 몬스테라랑 비슷한 이치인 것 같다.

 

고영희 3남매중 지랄발광을 맡고있는 막내 하임이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식물을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건 고영희님들의 협조다. 유주나무 새싹 발아시켜서 키우던 한 달 전만해도 뽑아먹고 화분 엎고 난리부르스였는데 이제는 좀 익숙해져서 그런지 일주일동안 화분을 그대로 땅에 내려두거나 선반위에 올려놨는데도 건드리거나 씹어먹지도 않았다. 기특한 것들.. 이제 나만 물 잘 주고 통풍 잘 시켜주고 햇빛 잘 쬐어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