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내가 경험해 본 일

lg그램 노트북에 커피를 쏟아보았습니다

물론 제가 관종이라 그런건 아니구요, 실수로 그랬습니다. 그건 바로 오늘 오후 2시쯤 이었죠. 휴..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아찔하네요. 


회의시간이었고, 회의를 하면서 회의록을 노트북으로 작성하기 때문에 당연히 노트북을 쓰고 있었습니다.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날씨가 꽤 따뜻해서 그런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회의를 하니 코트가 덥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막 말을 하면서 상체를 살짝 앞으로 기울여서 코트를 벗는데 마침 제 어깨가 텀블러를 쳤고 그 때 하필 커피가 반 쯤 담겼던 500ml짜리 텀블러는 제 명치 바로 앞, 노트북 정중앙에 있었습니다. 실력이 젬병이라 쓰러뜨리지 못했던 볼링핀 대신 저는 텀블러를 쓰러뜨렸군요^^


그 순간 회의를 하던 책상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장관이었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어얽 하며 바로 텀블러를 일으켜 세웠지만 커피를 반쯤 토한 상태였습니다. 커피가 용암마냥 봐라락 쏟아졌고 회의에 사용하던 모든 a4용지는 갈색이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벌떡 일어나 휴지를 가지러 가셨죠. 저는 얻...... 0.3초동안 렉이 걸렸다가 순간 정신을 차리고 빌어먹을 커피무리가 앉아있는 키스킨을 들어 책상으로 쏟은 뒤 노트북을 기울여 액체들을 최대한 탈탈 털어냈습니다. 그 때 까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일단은 노트북을 최대한 살려보자 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한 분은 제가 커피를 쏟자마자 벌떡 일어나 핸드폰으로 무언갈 찾으시더니 당장 전원을 꺼서 두는게 낫다고 하셨습니다. 바로 검색 들어가셨던 것ㅋㅋㅋㅋㅋㅋㅋㅋ


휴.. 아주 다행인건 노트북을 살 때 같이 들어있던 키스킨을 항상 덮어놓고 있었는데 액체들이 다 그 위에 쏟아지고 몇 방울만 밑으로 들어가서 컴퓨터 속으로 모든 액체가 스며들지 않았단 점입니다. 그게 다 들어갔으면 정말 내 lg그램은 세상에 태어난지 3개월만에 사망했을 뻔했죠. 그런데 쏟자마자 컴퓨터가 재부팅이 되었습니다. 많이는 아니더라도 뭔가 액체가 스며들었단 얘기겠죠? 그래서 일단은 꺼놓고 통풍이 잘 되고 건조한 곳에 뒤집어 엎어놓았습니다.(혹시나 들어간 액체가 떨어질까 싶어서,,) 



괜찮아 보이쥬? 하지만 커피향이 난답니다^^ 저번주에 스벅에서 향이 좋은 새 원두를 그라인딩해서 받아 왔는데 향이 잘 배어서 아주 좋더라구요^^






처참한 포트 상태.. 회의를 마저 끝내야 하니 급한 부분만 닦는다고 다 닦아 놓고선 전체회의까지 마치고 오니 이미 다 말라 있었습니다. 검색을 좀 해보니, 순수한 물이면 마르도록 둔 뒤에 써도 크게 문제되진 않겠지만 뭔가가 섞여있는 액체라면 불순물때문에 부식될 확률이 높으니 세척을 해야 한다고 하네요. 잘 켜지길래 그냥 쓸까 했지만 저 커피 찌꺼기가 노트북 내부에서 점점 부식될거라고 생각하니 당장 센터로 달려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커피의 흔적 3





커피의 흔적 4 (따흐흑..)





그리고 생각해보니 마우스 usb가 꽂혀 있었어요. 어 맞다!? 하고 퇴근 후에 집에 와서 뽑아보니 ㅎ.. 커피가 찐득하게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아메리카노 였는데도 찐득해질 수 있더군요. 저기 위에 kc마크쪽에 희미한 갈색 보이시나요? 녹이 슨게 아니라 커피랍니다. 그래서 이 마우스 usb안에도 들어갔을 수도 있어서 내일 센터 방문하면 혹시 이것도 봐주실 수 있냐고 같이 여쭤볼 생각입니다.




자세히 보면 사이가 갈색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혀





그렇게 재빠르게 센터 방문을 예약했으나 오늘은 이미 다 마감된 상태였고, 다행히 토요일까지 운영을 하셔서 제일 빠른 시간인 오전9시에 방문예약을 했다. 증상에 '커피를 쏟음'이 없어서 찾다찾다가 일단은 전원 리셋으로 해두었다. 뭔가 인상 좋으신 엔지니어 분이 계셔서 선택했는데 잘 봐주시겠지..? 센터 방문 후기는 내일 갔다 와서 올리겠습니다. 부디 많이 들어가지 않았길.. 


그리고 참고로, 제가 그나마 호들갑떨지 않고 노트북에 최대한 액체가 덜 들어가도록 할 수 있었던 방법은 그 사고(?)가 나기 전에 머리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많이 돌려보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노트북을 사용한 이후로 무언가를 쏟은건 오늘이 처음이었지만, 항상 했던 생각은 '언젠가 나도 뭔갈 쏟을 때가 오겠지' 였고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할까 하고 상상을 해봤습니다. 이번 노트북도 작년 11월에 샀었는데, 처음 노트북을 받아서 구조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만약 그런 상황이 된다면 이쪽으로 확 털어버리는게 낫겠다 라고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저도 모르게 오늘 무의식적으로 커피를 털어낸 쪽이 쿨러의 반대편이어서 덜 들어가게 처리되었네요. 여러분들도 언제 그런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한 번 재미삼아 상상해보시길..ㅎㅎ